학고재 갤러리
학고재의 운영 이념은 온고이지신의 정신에 있습니다. 옛것에서 새것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 지식만을 쌓는 것이 아니라 옛것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이기도 합니다.
쌓은 지식과 반성으로 옛것과 새것의 교감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더 나아가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정거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기와와 벽돌, 조형물이 설치된 외관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비롯한 소속된 다양한 작가들의 기획전시로 갤러리의 정체성이 더욱 부각됩니다.
다음 달 5월 5일까지 전시하는 오세열 작가의 '은유의 섬'(Island of Metaphors) 전시로 학고재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해보세요.
오세열 '은유의 섬' (Island of Metaphors)
서툴러 보이는 그림체와 강렬한 색감의 종이와 단추, 스푼, 플라스틱 뚜껑 등을 붙여 마치 아이가 놀다 간 흔적처럼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작품을 다 보고 나니 어렸을 적 학교 미술 시간이 생각나더군요. 흰 스케치북에 여러 색의 크레파스로 덧칠해 검은색 바탕을 만든 뒤, 그리려는 대상을 못으로 긁어내서 표현하곤 했죠. 작가는 실제로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여 만든 단색 바탕 위에 뾰족한 도구로 긁어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오브제 이외에도 작품에서 눈에 띄는 점은 1부터 10까지 나열된 숫자입니다. 작가는 숫자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으나, 살면서 떨쳐내려 해도 떨쳐낼 수 없는 것이 숫자이기에 반복해서 표현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숫자는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물건에 값을 매기거나 수를 세는 단위부터 한 사람을 규정짓는 데에도 쓰입니다. 토익점수, 연봉, 집값 등...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면서도 씁쓸한 현실입니다.
전쟁이나 산업화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본인이 보고 겪은 방황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눈과 팔이 없는 사람으로 그려내 외로움과 쓸쓸함의 감정을 전달하였습니다.
76세의 오세열 작가는 아이와 어른의 마음을 아우르는 작품 24점을 선보였습니다. 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체로 순수한 마음으로 작품에 다가가다가도 그 이면에는 어른이 되어서야 보이는 것들을 빗대어 그려낸, 본래의 메시지를 숨긴 작가의 은유적 표현이 돋보였던 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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